DORN
FOOD

볶은 땅콩 냄새부터 반쯤 식은 잔까지, 카페 시온의 시온 블렌드

신맛을 뺀 자리에 남은 것, 카페 시온의 시온 블렌드.

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처음

카페 시온 CAFE XION — 시온 블렌드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좋은 원두를 사야 한다고들 한다. 반만 맞는 말이다. 같은 봉지를 뜯어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잔이 달라진다. 원두를 파는 카페는 자기 커피를 남의 손에 맡기는 셈이다.

봉투에 적힌 이름은 시온 블렌드다. 그 밑에 세 줄이 더 있다. 고소한 원두, 기분 좋은 풍미, 깔끔한 커피. 요즘 원두 봉투는 산지부터 품종까지 빼곡히 적는 쪽이 많다. 시온은 그걸 다 빼고 세 줄로 끝냈다. 봉투도 같다. 흰 종이에 주황 띠 하나, 동그란 로고 하나. 안쪽은 검게 막아 두었다.

흰 봉투에 주황 띠를 두른 시온 블렌드 원두 봉투와 커피가 담긴 유리 서버, 유리잔
눕혀 놓은 원두 봉투 옆에 원두를 담은 나무 숟가락과 갈아 놓은 커피 가루
갈기 전과 갈고 난 뒤

마셔 보면 이름값을 한다. 잔을 들면 볶은 땅콩 냄새가 먼저 온다. 신맛은 거의 없다. 커피의 신맛을 못 견디는 사람이 꽤 많은데, 그런 사람에게 권할 만한 쪽이다. 한 모금 넘기고 나면 입에 남는 것이 적다. 봉투에 적힌 깔끔하다는 말은 이 부분을 가리킨다. 우유를 부어도 향이 죽지 않는다.

노트북과 커피잔, 핸드밀이 놓인 책상 위에 세워 둔 시온 블렌드 원두 봉투
하루가 시작되는 자리
원두를 가득 깔아 놓은 바닥 위에 비스듬히 놓인 시온 블렌드 원두 봉투

커피는 뜨거울 때만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갓 내린 잔은 향이 너무 세서 맛이 오히려 안 잡힌다. 조금 식혀야 단맛이 올라온다. 시온 블렌드도 그렇다. 반쯤 식은 잔이 더 맛있다.

볶은 원두를 가까이서 찍어 낱알의 결이 보이는 사진
위에서 내려다본 드리퍼, 부푼 커피 가루 위로 물줄기가 떨어진다
옆으로 눕힌 봉투에서 원두가 쏟아져 나온 모습
봉투를 열면 나오는 것

DORN LEE, JUNG SEOP

FOUNDER / EDITOR-IN-C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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