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땅콩 냄새부터 반쯤 식은 잔까지, 카페 시온의 시온 블렌드
신맛을 뺀 자리에 남은 것, 카페 시온의 시온 블렌드.
카페 시온 CAFE XION — 시온 블렌드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좋은 원두를 사야 한다고들 한다. 반만 맞는 말이다. 같은 봉지를 뜯어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잔이 달라진다. 원두를 파는 카페는 자기 커피를 남의 손에 맡기는 셈이다.
봉투에 적힌 이름은 시온 블렌드다. 그 밑에 세 줄이 더 있다. 고소한 원두, 기분 좋은 풍미, 깔끔한 커피. 요즘 원두 봉투는 산지부터 품종까지 빼곡히 적는 쪽이 많다. 시온은 그걸 다 빼고 세 줄로 끝냈다. 봉투도 같다. 흰 종이에 주황 띠 하나, 동그란 로고 하나. 안쪽은 검게 막아 두었다.


마셔 보면 이름값을 한다. 잔을 들면 볶은 땅콩 냄새가 먼저 온다. 신맛은 거의 없다. 커피의 신맛을 못 견디는 사람이 꽤 많은데, 그런 사람에게 권할 만한 쪽이다. 한 모금 넘기고 나면 입에 남는 것이 적다. 봉투에 적힌 깔끔하다는 말은 이 부분을 가리킨다. 우유를 부어도 향이 죽지 않는다.


커피는 뜨거울 때만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갓 내린 잔은 향이 너무 세서 맛이 오히려 안 잡힌다. 조금 식혀야 단맛이 올라온다. 시온 블렌드도 그렇다. 반쯤 식은 잔이 더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