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다발부터 한국 승강장까지, 마우어의 리유저블백
가장 흔한 물건에 이름을 박아 낯설게 만든 필름, 마우어 리유저블백.
MAUER — 리유저블백 캠페인 필름
장바구니는 옷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이 하루에 가장 오래 들고 다니는 물건이기도 하다. 마우어는 거기에 이름을 크게 박았다. 마우어는 독일어로 벽이다. 베를린과 붙여 놓으면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인지 분명해진다. 베를린에서 온 이름을 쓰는 이 브랜드의 매장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있다.

필름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찍었다. 두 사람이 큰 리유저블백을 하나씩 들었다. 하나는 은색, 하나는 검정이다. 둘 다 세리프 대문자로 MAUERBERLIN 이라고 찍혀 있고 그 위에 독일어 한 문장이 얹혀 있다. 접힌 자리에 가려 문장 전체는 읽히지 않는다. 가방에 든 것은 옷이 아니다. 화분째 담긴 풀, 신문, 흰 꽃, 줄무늬 옷가지가 아가리 밖으로 나와 있다. 가방 제품명과 판매 여부는 [ ].


화면은 컬러와 흑백을 오간다. 흑백 위에 컬러 화면이 겹쳐 뜨고, 그 위에 the Mauer Berlin 이라는 글자가 계속 얹혀 있다. 승강장은 한국이다. 안내판도 바닥의 점자블록도 스크린도어도 한국 것이다. 그 위를 독일어가 적힌 가방이 지나간다. 이 필름이 하는 일은 그 어긋남을 만드는 것이다.


리유저블백은 쓸수록 표가 난다. 손잡이가 늘어나고 접힌 자리부터 인쇄가 갈라진다. 새것일 때는 광고지에 가깝고, 몇 달 들고 다니면 그냥 장바구니가 된다. 이 필름은 그 중간을 찍었다. 아직 반듯한 가방이 승강장에 서 있는 하루다.


